친구와 여행 중에 잠잘 때 이빨을 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요. 평소에는 알지 못했기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예전에는 없었던 이를 가는 이유를 파악하고, 방치했을 때의 문제점, 그리고 이를 가는 습관을 고치는 방법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잠잘 때 이빨 가는 이유
잠잘 때 무의식적으로 이빨을 가는 이유는 딱 한 가지로 단정하기 어렵고 여러 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 스트레스 및 불안: 스트레스나 불안감으로 인해 잠을 깊이 자지 못하고 얕은 수면 상태를 유지하면 무의식 중에 이를 갈 수 있습니다.
- 수면 무호흡증: 수면 중 호흡이 멈추면 뇌는 산소를 보충하기 위해 다시 호흡을 시도하는데요. 이때 턱 근육이 긴장하면서 이빨을 가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수면 무호흡증일 때 이를 가는 현상은 산소부족에 대한 신체반응으로 볼 수 있습니다.
- 비염: 비염으로 인해 코가 막히면 자연스럽게 입으로 숨을 쉬게 됩니다. 구강 호흡을 하게 되면 턱관절과 주변 근육에 부담을 주어 이빨을 갈 수 있습니다. 특히 어린이의 경우, 비염으로 인한 만성적인 구강 호흡은 얼굴 형태나 치아 배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이갈이와도 관련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되기도 합니다. 따라서 비염 치료는 이갈이 증상을 완화할 수 있습니다.
- 부정교합: 윗니와 아랫니가 제대로 맞물리지 않는 부정교합이 있는 경우, 잠잘 때 무의식적으로 이를 맞추려고 이갈이를 할 수 있습니다.
- 특정 약물 및 신경계 질환: 항우울제(특히 SSRI 계열), 항정신병제 등 특정 약물이 이갈이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또한 파킨슨병, 치매 등 신경계 질환과도 연관될 수 있습니다. 특정 약물(예: 엑스터시, 코카인) 사용 등이 이갈이 위험을 높일 수 있습니다.
- 유전적 요인: 가족 중에 이갈이를 하는 사람이 있다면 본인도 이갈이를 할 확률이 높습니다.
- 어린이 이갈이: 소아 및 청소년의 경우, 성장 과정 중 일시적인 이갈이 현상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영구치가 나오면서 자연적으로 사라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하지만, 잠자면서 이빨을 심하게 갈아서 통증이나 치아 손상이 심하면 치료를 해야 합니다.
이갈이를 방치하면 생기는 문제점
이갈이를 오랫동안 방치하게 되면 치아뿐만 아니라 전신 건강까지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주요 문제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치아 손상:
- 치아 마모 및 파손: 이빨을 갈 때 치아에 가해지는 힘은 음식을 씹을 때보다 2~10배 이상 강할 수 있습니다. 장기간 이빨을 갈게 되면 치아 표면(법랑질)을 마모시켜 치아가 짧아지거나, 심하면 이빨이 깨지거나 부러질 수 있습니다.
- 치아 시림 및 통증: 법랑질이 마모되어 상아질이 노출되면 치아가 시린 증상이 나타나고, 심하면 치수염으로 인한 극심한 통증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 보철물 손상: 이갈이가 심하면, 임플란트, 크라운, 브릿지 등 치과 보철물이 손상되거나 탈락될 수 있습니다.
- 잇몸 및 치주 조직 손상: 과도한 힘은 치아 뿌리를 감싸고 있는 잇몸과 치주 인대에도 부담을 주어 잇몸 염증이나 치주 질환을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 치아 흔들림: 지속적인 자극으로 치아가 흔들리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2. 턱관절 장애(측두하악관절 장애):
- 턱관절 통증 및 소리: 이갈이는 턱관절에 과도한 압력이 가해져 턱관절 주변에 통증이 생기거나, 입을 벌리고 닫을 때 '딸깍' 하는 소리, 모래 갈리는 소리 등이 날 수 있습니다.
- 개구장애: 이를 심하게 갈면, 입을 크게 벌리기 어렵거나, 입이 잘 다물어지지 않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 턱관절 변형 및 안면 비대칭: 이갈이를 장기간 방치하면 턱관절 자체가 손상되거나 변형되어 심한 경우 영구적인 안면 비대칭이 될 수도 있습니다.
3. 두통 및 근육통:
- 만성 두통: 이갈이 하는 동안 턱을 움직이는 저작근이 과도하게 긴장하고 피로해지면서 편두통이나 긴장성 두통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특히 아침에 일어났을 때 턱 통증과 함께 두통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 목, 어깨 통증: 이빨을 갈 때, 턱 주변 근육의 긴장이 목과 어깨 근육에 통증이 생길 수 있습니다.
4. 수면의 질 저하 및 피로:
- 수면 방해: 이갈이 소리 때문에 본인이나 함께 자는 사람의 수면을 방해할 수 있습니다.
- 주간 피로 및 집중력 저하: 잠잘 때 이갈이를 하는 경우 숙면을 취하지 못해 낮에 졸음, 피로감, 집중력 저하 등을 겪을 수 있습니다.
- 스트레스 및 짜증 증가: 이갈이로 인한 만성적인 통증과 수면 부족은 심리적 스트레스와 짜증을 증가시킬 수 있습니다.
이빨 가는 거 고치는 법
잠잘 때 이빨 가는 습관을 고치는 방법은 전문가의 진단을 통해 보통 여러 방법을 병행하는 게 좋습니다.
주요 치료 및 개선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스플린트 (교합 안정 장치):
치과적 치료 방법 중 하나입니다. 환자의 치아 본을 떠서 맞춤 제작된 투명한 플라스틱 장치로, 주로 밤에 착용합니다.
- 효과: 이갈이로 인해 치아와 턱관절에 가해지는 과도한 힘을 분산시켜 치아 마모와 파손을 방지하고, 턱관절과 주변 근육의 부담을 줄여줍니다. 이빨을 가는 소리를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 주의사항: 치과에서 본인의 치아에 맞게 제작된 단단한 스플린트를 사용해야 합니다. 시중에 판매되는 부드러운 실리콘 재질의 마우스피스는 주의해서 사용해야 합니다.
2. 보톡스 주사:
턱 근육(교근 및 측두근)에 보톡스를 주사하여 근육의 움직임을 일시적으로 감소시킵니다.
- 효과: 턱 근육의 긴장을 완화하여 이갈이 횟수와 강도를 줄여줍니다. 미용적으로 사각턱 개선 효과도 있습니다.
- 주의사항: 효과는 약 3~6개월 정도 지속되므로 주기적으로 주사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턱관절 전문 치과에서 시술받아야 합니다. 미용적으로 사각턱 개선과 함께 이갈이 완화를 원한다면, 피부과 또는 성형외과도 좋은 선택입니다.
- 교합 조정: 부정교합이나 특정 치아의 높이 문제로 인해 이갈이가 발생하는 경우, 치아를 약간 삭제하거나 보철물을 수정하여 교합을 올바르게 맞추는 시술을 할 수 있습니다.
3. 수면 환경 개선:
- 규칙적인 수면 습관: 매일 같은 시간에 잠자리에 들고일어나는 습관을 들여 수면의 질을 높입니다.
- 편안한 수면 환경 조성: 어둡고 조용하며 쾌적한 침실 환경을 만듭니다.
- 수면 자세: 똑바로 눕는 것보다 옆으로 누워 자는 자세가 이갈이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4. 구강 악습관 개선:
- 이를 악물거나 턱을 괴는 습관, 손톱/연필 깨물기, 혀 깨물기 등 턱 근육에 부담을 주는 행동을 의식적으로 피합니다.
- 평소 윗니와 아랫니가 서로 닿지 않도록 의식적으로 턱의 긴장을 풀어주는 연습을 합니다. (혀끝을 입천장에 살짝 대고 이를 떨어뜨리는 '이완 자세' 유지)
5. 턱 근육 이완 운동 및 마사지:
- 따뜻한 수건으로 턱 주변을 감싸고 마사지하여 턱 근육의 긴장을 풀어줍니다.
- 간단한 턱 스트레칭이나 이완 운동을 꾸준히 해줍니다. (예: 777 운동법 - 앞니 뒤쪽 입천장에 혀를 대고 턱 통증이 없는 범위 내에서 입을 최대한 벌린 후 7초 유지, 7번 반복, 7세트)
6. 기타 치료
- 약물 치료: 이갈이 자체를 직접적으로 치료하는 약은 없지만, 불안 완화제나 근육 이완제 등 증상을 보조적으로 완화하기 위한 약물이 처방될 수 있습니다.
- 수면 무호흡증 치료: 수면다원검사를 통해 수면 무호흡증으로 판단되면, 수면 무호흡증 치료를 하여 이갈이를 개선할 수 있습니다.
결론
지금까지 이갈이의 다양한 원인과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 그리고 효과적인 개선 방법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았습니다. 이갈이는 단순히 잠버릇으로 치부하기에는 치아, 턱관절, 심지어 전신 건강에까지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문제입니다. 혹시 모르는 새에 치아가 마모되거나 시리고, 턱에서 딱딱 소리가 나거나 아침마다 두통에 시달리고 있다면, 이갈이를 의심해 보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갈이는 복합적인 원인으로 발생하는 만큼, 혼자서 해결하기보다는 치과나 수면 클리닉을 방문하여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이갈이 증상을 방치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관리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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